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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댓.구 리뷰 (서울 관객 vs 해외 평론)

by 율이무비 2025. 5. 11.

영화감독
좋.댓.구

 

박찬욱 감독의 신작 「좋.댓.구」는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국내 관객과 해외 평단의 반응은 다소 상반된 흐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서울 관객과 해외 평론가가 각기 어떤 시선으로 해석했는지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박찬욱의 새로운 실험, 좋.댓.구의 의미

「좋.댓.구」라는 제목은 현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익숙한 표현입니다. '좋아요, 댓글, 구독'을 의미하며,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익숙히 사용하는 상호작용의 상징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익숙한 용어를 영화 제목으로 삼아, 미디어 환경 속 인간관계와 소통의 왜곡을 탐구합니다.

이 영화는 유튜버 커플이 사라진 동생의 흔적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심리적 추적극입니다. 겉보기엔 스릴러의 구조를 띠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시선 구조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습니다. 특히 SNS 알고리즘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화한 장면들은 단순한 디지털 비판을 넘어선 미장센의 성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박찬욱 감독의 기존 스타일과는 다소 다릅니다. 이전 작품들이 역사, 복수, 관계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감각과 현실을 정면으로 조명합니다. 하지만 역시 박찬욱 특유의 감정선, 색감, 리듬은 그대로 살아 있으며, 새로운 주제와 전통적 영화적 요소가 조화롭게 녹아든 점에서 ‘실험적이면서도 친숙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울 관객의 반응: 신선함과 혼란 속 찬사

서울 시사회와 개봉 직후 SNS를 중심으로 서울 관객들의 반응은 빠르게 퍼졌습니다. 대다수 관객들은 "디지털 시대의 인간 소외를 날카롭게 비추었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습니다. 특히 Z세대와 MZ세대를 중심으로 영상미와 주제의식에 대한 공감도가 높았으며, 감상 후 ‘복습이 필요한 영화’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관객들은 중간 중간 삽입된 화면 구성, 9:16 화면비 사용, 실시간 채팅창의 등장 등에 대해 "새롭다",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영화관에서 브이로그를 보는 느낌"이라는 독특한 감상을 남겼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층위와 충격적인 결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혼란스러움을 토로한 관객도 많았습니다. 특히 기존 박찬욱 팬들 중 일부는 "너무 현대적이고 디지털 감각에 치중해 있어 불친절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감정선이 억제되어 있다는 점, 대사보다 이미지로 말하려는 방식이 기존 대중적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관객의 전반적인 평가는 ‘신선한 충격’, ‘이질적이지만 매력적’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으며, 영화 이후의 대화와 토론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해외 평론가의 시선: 예술성과 실험성의 극찬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좋.댓.구」는 해외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는 “SNS 시대를 가장 영화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라며, 정보 과잉의 사회 속 인간 고립을 형이상학적으로 그려낸 연출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동양적 미학과 서양적 서사의 절묘한 융합”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박찬욱 감독의 세계적 입지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특히 영상미와 소리의 활용에 주목한 평론이 많았습니다. 영화 속 알림음, 마우스 클릭, 화면 전환 등의 디지털 요소를 리드미컬한 리듬으로 구성한 점은 "오디오비주얼 아트의 경지"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는 그가 단지 감독을 넘어 ‘현대 시청각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토리의 개연성보다는 영화적 장치의 의미에 주목한 해외 비평가들은 “줄거리 중심의 평가는 무의미하다”며, 이 작품은 “스크린 자체가 하나의 설치미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독일 평론지 Filmkritik은 “박찬욱의 가장 급진적이고도 철학적인 시도”라고 평가하며, 기존의 서사적 영화관을 해체하고 새로운 문법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샀습니다.

해외 평론가들의 시선은 서울 관객보다 훨씬 실험성과 상징에 관대하며, 박찬욱 감독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영화의 형식적 진화를 이끌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좋.댓.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감정과 단절을 예술적으로 포착한 작품입니다. 서울 관객은 그 안에서 ‘나’와 ‘지금’을 발견했고, 해외 평론가는 그 실험성 속에서 영화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해석 방식 속에서도 이 영화가 전하는 공통된 메시지는 ‘관계의 회복’이며, 이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가 여전히 깊고 강력하다는 증거입니다.